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IT 피엠 이야기] 디자이너 현지채용 결과는?
    디지털 Etc 2020. 10. 15. 16:55
    IT에서 프로젝트(Project)는 제한된 비용과 자원(사람 포함)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IT에서 PM(Project Manager)은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진행하는 사람이다.
    ('나무위키'에서는 PM
    잡일하는 역할로 정의하고 있다.--;)

    색감각이 없는 PM

    필자가 오랫동안 IT에 몸담고 있어도 늘지 않는 것이 색감각이다.

    (지금도 색감각이 없어 블로그에 거의 원색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IT 시스템의 인트로 화면 색상, 컨트롤 색상 등 디자이너의 색상 배치 의견에 항상 귀 기울이며, 거의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다. (잘 모르니깐, 봐도 모르니깐...)

     

    매년 립스틱에서 유행하는 색상이 다르지만, 필자 눈에는 어둡고 밝은 정도의 차이만 느껴진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색감각을 이용한 작업을 매우 존중한다.


    디자인팀과 협업

    필자의 부족한 색감각은 IT 시스템 화면 구성 시, 항상 문제가 된다.

    IT 시스템 중 관리자 화면은 주요 숫자나 메시지가 눈에 확 띄도록 색상을 조정하면 된다.

    (, 검은색 바탕에 원색 빨강, 원색 노랑 등)

     

    PC 메인보드의 BIOS 설정 화면. 관리자 화면은 주요 숫자나 메시지가 눈에 잘 띄면 대부분 만족한다.

     

    하지만, 다수의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는 IT 시스템은 색상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초기에 고객과 디자인 협의가 잘 되어야 개발자들이 고생하지 않는다.

    과거 디자인 화면을 소홀히 했다가 약 500여 개의 화면 전체를 다시 재구성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PM이 아니었지만...)

     

    이러한 사유로 IT 시스템 화면 구성은 모두 본사의 디자인팀과 상의해서 진행했다.

    고객 의견을 현지에 있는 PM이 듣고, 본사의 디자인팀에게 전화나 메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디자인팀은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문제는 고객이

     

    "사용자들에게 밝고 따뜻하게 보이도록 화면을 만들어 주세요."

    "어떤 색상 위주로 할까요?"

    "글쎄요? 주로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어서?"

     

    이럴 때는 '어떤 IT 시스템과 비슷하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디자인팀에게 전달했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어서 밝고 따뜻한 화면으로 만들어 달랍니다."

    "그렇게 받아오면 어떡합니까? 어떤 컨셉을 원한다고 합니까?"

     

    디자인팀에서 물으면 다시 필자는 고객에게 물어본다.

     

    "어떤 컨셉을 원합니까?"

    "사계절에 맞는 컨셉? 일단 몇 가지 시안 보고 이야기하죠."

     

    다시 디자인팀에게 전달하면 디자인팀은 다시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고 시안을 만든다.

    만들어진 몇 개의 시안을 고객에게 전달하면, 대부분 고객의 반응은 아래와 같다.

     

    "내가 생각한 화면이 아닌데..."

     

    색감각을 모르는 필자가 끼여 있으니 진도가 더뎠다.

    그래서, 생각하다 못해 디자인팀에게

     

    "하루만 출장 가서 고객과 함께 디자인 시안 협의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 항상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다른 업무가 많아서 출장이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는 1년에 20개 정도의 IT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디자인팀이 대부분 프로젝트와 연관되어 있으니, 어느 한 프로젝트로 현지 출장을 갔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PM들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디자인팀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답변했으리라...

    충분히 이해한다.


    현지 프리랜서 디자이너 채용

    프로젝트 일정을 못 맞추면 PM이 모든 책임을 진다.

    회사에 피해에 대한 윗선의 질타, PM의 수행 능력 의심 등...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PM은 '회사에서 주는 부족한 인력, 착수는 늦어도 프로젝트 완료일은 고정'이라는 불변의 진리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끔 야반도주(夜半逃走)를 생각할 때도 있다. 이는 프로젝트 결과가 PM의 머릿속에 그려질 때지만...

     

    IT 프로젝트는 보통 '분석-설계-구축(=개발)-운영' 과정을 거친다.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은 '설계'와 '구축 초기' 사이이다.

    설계 시점에 어느 정도 (디자인을 제외한) 화면 구성이 나오면, 이를 디자인으로 설계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디자인을 개발자들이 '구축'할 때 화면에 적용하면 된다.

    개발자들은 내부 로직 개발을 위해 임시 화면을 만들어 놓은 상태이다.

    디자인 화면 적용 시, 애매한 부분은 디자이너의 조언으로 보완한다.

     

    디자인 시안이 늦으면 늦을수록 거의 완료된 화면을 다시 손 봐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끝에 현지에서 3개월 간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채용하기로 했다.

    회사 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 태클은 프로젝트 경비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들어온다.

     

    "회사 내 디자인팀이 있는데 현지에서 디자이너 인건비를 추가할 수 없습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게 그들의 역할이니... 이해한다.

    하지만, 우선 프로젝트부터 어떻게든 잘~끝내야 한다.

    윗선을 설득한 끝에 현지에서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조건에도 '고객과 직접 면담 후 디자인 진행함'을 넣었다.

    그리고, 채용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관련 업무는 고객과 직접 협의해서 진행하세요. 고객이 정해진 디자인 업무 외 요구를 하면 저한테 넘기세요."

     

    미리 권한과 업무 진행 방법을 이야기하고, 고객에게도 전달했다.

    고객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 후 3개월 간 고객과 디자이너 간 회의와 메신저 등을 통해 시안이 나왔고, 고객에게 OK가 떨어졌다.

    그 시안을 개발자에게 넘겨 화면에 적용한 IT 시스템을 가동하게 되었다.

     


    회사 내 변화

    무슨 일이든 시작이 힘들다.

    특히, 회사 내 처음 시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런저런 충고(?)이해관계부서의 추가 업무에 대한 거부를 넘어서야 한다.

    현지에서 디자이너를 직접 채용하여 별 탈 없이 마무리했다는 소문은 금방 회사 내 퍼졌다.

    (PM들 사이에서는 디자인팀과 협업이 잘 안 되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리고, 하나 둘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현지 디자이너를 채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결과도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디자인팀장도 처음엔

     

    "업무가 줄어들어서 너무 좋아요."

     

    라고 했다하지만...


    후기

    몇 년 후, 디자인팀의 인력이 감축되었다가 팀이 공중분해되었다고 한다.

     

    당시 디자인팀의 주 업무는IT 시스템 화면 디자인과 제안서 디자인이었다.

    IT 시스템 화면 디자인은 현지에서 가능하니, 디자인팀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었다.

    제안서 디자인은 완성된 제안서가 돋보이는 역할이니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었다.

     

    평소 디자인팀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PM들은 현지에서 디자이너 채용이 가능해지니, 디자인팀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팀 인력 감축이나 폐지 이야기가 나와도, 다른 부서와 PM들이 디자인팀을 위해 변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디자인팀장만 홀로 외롭게 싸웠으나, 소용이 없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